20세기의 지배적 미디어로서의 영화와 텔레비전이 시대의 문화적 감성을 형성하고 반영했다면, 21세기 미디어는 새로운 형태의 감성sensibility을 형성했는가? 새로운 미디어의 특성을 정의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은, 그것이 필수적으로 디지털적이고, 인터랙티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유희적이며ludic, 모바일, 사회적이고, 절차적이고, 알고리즘적이고, 집합적aggregative이며, 환경적이거나 융합적임을 강조했다. 최근에, 몇몇 이론가들은 이렇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포스트-시네마적이다. 이러한 관점은 여러 측면에서 이 책을 이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험성이 없지는 않다. 예를 들어, '포스트-시네마'라는 용어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특징짓는 길고 다양한 형용사 목록을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무딘 표현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용어는 우리로 하여금 이 환경을 새로운 매체의 형식, 디바이스, 네트워크의 집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풍경으로서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21세기 미디어가 포스트-시네마적 미디어라고 하는 것은 그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이질성(이종성heterogeneity)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포스트-시네마는 특별한 종류의 부가적이거나 총괄적 개념으로, 내재적 다양성을 허락하면서 새로운 미디어의 누적적 효과들에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무엇보다도 ‘포스트-시네마’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시네마에서 포스트-시네마로의 이행으로 상징되는) 넒은 역사적 변형의 관점에서 그 영향을 말하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우리는 이 용어의 또다른 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로부터의 깔끔한 단절을 전제하기보다는 포스트-시네마가 ‘뉴미디어’의 개념보다 오래된 미디어와 새로운 미디어 체제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강력하게 묻고 있지 않은가?
포스트-시네마는 단순히 ‘시네마-이후after-cinema’가 아닐 뿐더러 모든 측면이 새로운 것도 아니다. 대신 이것은 미디어의 집합이며, 20세기의 광범위한 영화적 체제를 따르는 삶의 형태의 매개mediation다. 여기서 따른다는 것은 대안으로서 무엇인가를 계승하는 것일수도 있고, 혹은 따라하는 것follow suit일 수도 있다. 그래서 포스트-시네마는 시네마의 휴지(休紙)기보다는, 시네마를 배척하고, 모방emulate하고, 연장하고, 애도하고, 오마주한다. 따라서 포스트-시네마는 우리에게 새로움novelty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지속되고, 고르지 않고,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역사적 변형의 관점에서 뉴미디어를 생각해보게 한다. 포스트-시네마적 관점은 뉴미디어 체제의 가능성과 한계를 단순히 급진적이고 전례없는 변화라는 측면에서가 아니라, 포스트-시네마 미디어가 문화, 주체성, 그리고 체화된 감성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에 대한 측면을 생각하도록 만든다. (중략)
동시대 영화의 미학은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에 의해 생성된 환경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시네마의 권력 기하학power geometries과 문화적 논리와 급진적으로 단절한다. 이런 방식에서, 그것들은 디지털화의 영향 뿐만 아니라 경제 세계화와 인간 활동의 지속적인 금융화의 영향까지도 전달한다. 나벨딘과 테일러의 영화 〈Gamer〉과 같은 ‘가속주의 예술’을 두고 스티븐 샤비로가 주장하듯이, ‘동시대 자본주의의 공포를 증폭시키는 것은 그것을 폭발하게 하진 않지만, 우리가 바닥을 쳤다bottom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일종의 만족과 안도감을 제공한다.’ 일상이 완전히 금용화되고 문화적 생산이 전적으로 자본에 포함됨에 따라서, 인간의 노력은 ‘노동work’이나 기업의 바깥에서는 이해될 수 없게 되었다. 인간 존재의 거의 모든 측면이 디지털로 전환되거나 감소됨에 따라서, 예술과 오락(영화, 게임), 경제(은행, 신용), 그리고 커뮤니케이션(개인적, 상업적)은 모두 하나의 무형적 평면, 즉 에테르로 환원되는 듯 보인다. 그에 반해, 포스트-시네마 이론들은 소멸의 개념을 문제화하거나 저항하며 분석 대상이 비물질적이고 모호할 때조차도 그것에 유물론적 비판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포스트-시네마는 영구적인 자본주의의 확장과 포섭의 신자유주의적 동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포스트-시네마의 미학을 분석함으로서, 우리는 자본의 최신 변혁iteration에 주목하는 새로운 분석 모델을 육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만약 포스트-시네마가 새로운 형태의 정동affect이나 감성인 ‘감정feeling의 구조’나 인식episteme의 등장을 다루고 있다면, 이러한 문제를 탐구하기 위한 전통적 학문의 형식과 방법론은 적절한 답변을 제공할 것 같지 않다. 실제로, 포스트-시네마가 어떻게 21세기 미디어가 새로운 형태의 감성을 형성하고 반영하는지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면, 그 답변은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철학적 차원의 연구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네마의 개념은 문제적인 접두사 ‘포스트post-‘를 채택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티에 대한 논쟁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듯이, 그것을 시작과 끝이라는 명확한 표지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지배적인 미학적이고 경험적 형식의 영역에서 더 미묘한 변형을 나타내는 것으로 다루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포스트-시네마를 전통적 미디어 형식과의 명백한 단절로 바라볼 것을 거부하고, 그 대신 불확실한 타임라인을 따라 진행된 불명확한 궤적을 따르고, ‘오래된’ 매체와 ‘새로운’ 매체의 기법, 기술, 미학적 관습간의 병치와 중첩을 특징으로 하는 과도기적transitional 운동임을 강조한다. ‘포스트’의 모호한 일시성temporality은, 어떤 것의 ‘이후after’와 불특정 변화의 ‘중간’에 있는 기분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따라서 특정 과거의 종결과 동시에 미래의 오프닝을 말하는 것은 우연성과 제한된 지식의 경험으로 조율된 사변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21세기 미디어에 대해서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부터 사변적 경향을 계승한 포스트-시네마 이론은 포스트-시네마를 구체적인 미디어의 변형과 연관시키면서, 동시에 그 변형이 우리의 인지적·미적 감수성, 행위성agency 또는 우리의 역사 인식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더 광범위하게 추론한다. 블록버스터 영화부터 뮤직비디오와 오디오-비주얼 아카이브의 미적 탐구까지 다양한 대상을 살펴보고, 우리 시대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단호히 사변적인 영화 및 미디어 이론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이론은 생태학적, 철학적 벡터를 종합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우리 시대를 위한 현실 기반이면서도 단호히 사변적인 영화 및 미디어 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다. (목차 소개이므로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