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 Lecture Series (SLS)

Youra Hong

1.1 What is Digital Cinema

Lev Manovich


영화, 지표성의 예술

지금까지 디지털 시대의 영화에 관한 논의들은 인터랙티브 서사의 가능성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관객과 비평가들은 영화를 스토리텔링과 동일시했기 때문에, 디지털 미디어는 영화가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것이라고 이해되었다. 그러나, 관객이 이야기에 참여하고, 서사 공간에서 다른 길을 선택하고 캐릭터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아무리 흥미로울지라도, 그들은 영화의 한 측면만을 다루는데, 그것은 이는 독특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주장하듯 영화에 필수적인 요소도 아닌 서사narrative다.

디지털 영화가 영화에 제기하는 도전은 서사의 문제를 넘어서, 영화의 정체성을 재정의한다. 1996년 봄 할리우드에서 열린 한 심포지움에서, 참가자 한 명은 영화를 ‘단화flatties’로, 배우를 ‘organics’와 ‘soft fuzzies(퍼지)’로 가리켰는데, 이런 용어들이 정확히 지시하듯이, 영화를 정의하던 핵심적인 특성은 이제 디폴트값이 되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생겨났다. 가상의 3D 공간에 ‘입장’할 수 있게 되면서, 스크린에 영사되는 평평한 이미지를 보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충분한 돈과 시간이 주어졌을 때, 거의 모든 것들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될 수 있고, 물리적 현실을 촬영하는 것은 한 가지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의 정체성에 대한 ‘위기’는 영화의 과거를 이론화하는 용어와 범주에도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영화 이론가 크리스티앙 메츠는 1970년대에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촬영된 대부분의 영화들은 좋건 나쁘건, 독창적이건 아니건, 상업적이건 아니건,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점에서 그들은 모두 하나의 동일한 장르, 즉 일종의 ‘초장르super-genre'에 속한다.” 픽션 영화를 20세기 영화의 초장르로 정의할 때, 메츠는 굳이 이 장르의 다른 특성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그 당시 그것은 너무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픽션 영화는 라이브-액션 영화이고, 그것들은 대부분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들의 수정되지 않은 사진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날,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합성compositing의 시대에, 이 특징을 언급하는 것은 20세기 영화의 특수함을 정의하는 데 중요해졌다. 미래의 시각문화 역사가의 시점에서, 고전 할리우드 영화, 유럽 예술영화, 그리고 아방가르드 영화 간의 차이점보다 그것들 모두가 렌즈를 통한 현실의 기록에 의존했다는 공통적인 특성이 훨씬 중요하게 나타날 것이다. 본 논문은 실사 영화라는 '초장르'로 정의되는 영화에 디지털 혁명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다.

영화의 역사에서 일련의 기술적 기법들은 필름 장치가 획득한 기본적인 기록을 수정하기 위해 발명되었다. 그러나 가장 세련된 영화적 이미지 뒤에서도 우리는 19세기 초 사진의 투박함, 무미건조함, 평범함을 엿볼 수 있다. 스타일상의 혁신이 얼마나 정교하건 간에, 영화는 체계적이고 평범한 과정을 통해 얻어진 표본들, 즉 현실의 퇴적물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영화는 자연주의, 법정 속기, 밀랍 박물관을 야기시킨 것과 같은 충동 속에서 생겨난 것이다. 영화는 지표성의 예술이며, 발자국에서부터 예술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에게도, 영화의 정체성은 그것이 현실을 기록할 수 있다는 데에 있었다. 1970년대 모스크바에서 열린 공개 토론에서, 그는 그가 추상적인 영화를 만드는데 관심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타르코프스키는 그런 것은 없다고 답했다.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은 셔터를 열고, 필름을 돌리기 시작하며, 렌즈 앞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이다. 따라서 타르코프스키에게 추상적인 영화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포토리얼리즘적인 풍경을 생성할 수 있게된 지금, 영화의 지표적 정체성은 어떻게 되는가? 디지털 채색 프로그램으로 프레임 하나, 혹은 씬 전체를 수정할 수 있게 된다면? 디지털화된 필름 이미지를 자르고, 구부리고, 늘리고, 바느질하여 완벽한 사진적 신뢰성을 가진 무언가로 바꿀 수 있게 된다면? (비록 그것이 실제로 촬영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이 논문은 무빙 이미지의 거대한 문화적 역사의 관점에서,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다루고자 한다. 이 맥락에서 보았을 때, 디지털 영화 이미지의 수동적 구성은 이미지들이 손으로 그려지고 애니메이션화되던 19세기 전前-영화적 실천으로의 회귀를 나타낸다. 20세기가 되면서,영화는 이러한 수작업 기법들을 애니메이션에 맡기고, 스스로를 기록 매체로 정의하게 된다. 영화가 디지털 시대에 진입하면서, 이런 기술들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다시 흔한 것이 되었다. 따라서 영화는 애니메이션과 완벽히 구별될 수 없게 되었다. 영화는 더이상 지표적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그림painting의 하위 장르다.